4.7재보선: '내로남불'은 안되고 '#1합시다'는 된다...공정성 논란 불거진 선관위

2021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5일 오후 서울시장 후보들의 현수막이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에 걸려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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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5일 오후 서울시장 후보들의 현수막이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인근에 걸려 있다

'위선', '무능' 등의 표현은 특정 정당을 연상시킬 수 있어 투표 독려 문구로 쓸 수 없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이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용 게시물이 아닌 투표 독려 게시물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연상시킬 소지가 있으면 불법이다.

하지만, 야당 국민의힘은 선관위 판단을 두고 집권여당과 야당을 차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선관위의 투표 독려 문구 허용 기준이 논란이 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선거 때마다 선관위 해석에 대한 논란은 반복됐으며, 선관위는 이번 보궐선거 후 이에 대한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관위가 불허한 문구는 무엇인가?

사진 출처,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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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은 지난 3월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투표가 위선을 이깁니다.' '투표가 무능을 이깁니다.' '투표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이깁니다.' 야당 국민의힘이 최근 선거관리위원회에 투표 독려 문구로 사용 가능 여부를 문의한 문구들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해당 문구는 다른 정당 등에서 상대 정당(민주당)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고 있고, 그에 따라 국민들도 어느 정당을 지칭하는지 인식이 가능한 표현이기 때문에 사용이 제한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4일 김예령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집권여당인 민주당 수호가 지나쳐, 민주당을 위선・무능・내로남불 정당이라 인증한 선관위의 자승자박"이라는 논평을 냈다.

한편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악의적인 투표 독려 현수막 문구를 선관위가 불허한 것을 두고 자의적 해석으로 시민들을 농락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지 않았나?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문구 허용 여부를 두고 여당과 야당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이 논평에서 거론한 사례는 TBS의 ‘#일(1)합시다’ 캠페인이다.

TBS는 작년 11월 자사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 만들기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캠페인에서 사용하는 숫자 문구와 색깔이 더불어민주당과 기호 1번을 연상시킨다며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공영방송에 해당하는TBS는 이전부터 일부 방송 프로그램이 민주당에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선관위는 당시 "기호가 1번인 정당을 연상시키며 홍보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면서도 "현 시점에서는 해당 캠페인이 선거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 3월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대한 여성단체들의 캠페인이 선관위의 불허로 무위에 그치자 단체들이 이에 반발하는 성명을 낸 일도 있었다.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의 캠페인이 선거법을 위반한다는 선관위 판단을 두고 "어느 때보다 정치적 의사를 폭넓고 활발하게 드러낼 수 있어야 할 선거 시기에 정치적 침묵을 강요하며 유권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가둬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7년에는 대선을 앞두고 시민단체가 ‘촛불이 앞당긴 선거, 투표참여로 꽃피우자’ 등의 문구를 현수막에 사용하려 했으나 ‘촛불’이란 단어가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선관위의 제지를 받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원인은?

선거 때마다 선관위의 투표 독려 문구 허용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우선 선거운동용 게시물의 수가 제한돼 있고, 또한 공직선거법에서 제한하는 게시물의 범주가 폭넓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선거운동용 현수막은 허위사실이 아닌 이상 어떠한 문구라도 허용된다. 그러나 선거운동용이기 때문에 정당과 후보자만 게시할 수 있으며, 공직선거법 67조에 따라 각 후보자는 해당 선거구 내의 읍·면·동 수의 2배 이내로 현수막을 붙일 수 있다.

다만, 현수막의 내용이 '투표 독려용'인 경우는 그 수가 제한되지 않는다. 또한 정당이 아닌 시민단체 등도 현수막을 내걸 수 있다.

하지만 선관위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지지, 반대하는 내용은 물론이고 정당이나 후보자의 이름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의 게시물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보고 제한하고 있다.

선관위 결정의 근거는 공직선거법 90조다. 이 때문에 공직선거법이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선거때마다 나왔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지난 3월 보도자료에서 "성숙한 시민의식과 개선된 선거문화를 고려하여 선거운동과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확대하고 보장하는 내용으로 개정의견을 국회에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제출한 바 있다"며 이번 보궐선거 후에도 개정의견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