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떠나면 한국도 아프간처럼?.. '한국은 최고의 중국 견제 카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청와대에서 이임을 앞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에게 훈장 수여와 오찬을 마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내외, 문 대통령, 라캐머라 후임 한미연합사령관 내외

사진 출처, New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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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청와대에서 이임을 앞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에게 훈장 수여와 오찬을 마친 후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내외, 문 대통령, 라캐머라 후임 한미연합사령관 내외

미국에서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한국도 미국의 도움이 없다면 무너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마크 티센은 현지시간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이 이런 종류의 지속적 공격을 받는다면 빠르게 붕괴할 것"이라며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미국의 동맹은 사실상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18일 오후 2시 현재 569회 리트윗 될 정도로 논란이 되고 있다. 티센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던 인물.

그는 또 후속 트윗에서 "미국이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에서 모든 미군을 철수했다면 한반도는 재빨리 북한의 지배 아래통일 됐을 것"이라며 "미군이 여전히 한국에 주둔하는 이유는 평양을 저지하고 그 결과를 막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의 도움 없이 스스로 방어할 수 없고 그게 미군이 거기에 있는 이유"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 '인도태평양전략' 속 한국 중요

논란의 핵심은 미국이 자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하루아침에 떠나버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지난 20여 년간 아프가니스탄 국가 재건을 지원해온 미국이 돌연 태도를 바꿔 미군을 철수시킴으로써 반정부 '탈레반'이 정권을 잡게 됐고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미국이 등을 돌리면 정권이 붕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 붕괴 사태와 한국의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입지, 역할 등을 고려할 때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는 동맹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BBC 코리아에 "미중 패권 경쟁 속에 한국은 미국에게 중국 견제를 위한 최고의 카드"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지금은 미국의 포커스가 아시아로 넘어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한국이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마크 티센의 주장은 정식 칼럼도 아닌, 그저 1960~70년대 시나리오를 2021년에 떠들어대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설사 주한미군이 철수하더라도, 또 북한이 핵무기 100개를 보유했다 하더라도 북한의 군사 전력은 한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보다는 오히려 대만의 근심이 클 것"이라며 "미군이 철수했을 때 대만이 중국에게 수복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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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12월 당시 부통령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한 조 바이든 대통령

이번 아프간 사태가 결국 미국이 이전과 같이 세계경찰의 역할을 자임하면서 안보와 경제의 공공재를 무상으로 제공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BBC 코리아에 "이러한 미국의 입장 변화는 사실상 오바마 전 행정부 때 이미 시작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모든 동맹국에게 적용되는 교훈으로, 결국 동맹국들이 책임과 역할,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또 "아프간 철수에는 보다 사활이 걸린 지역, 즉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 포함돼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오바마 정권 당시 이미 이라크와 아프간 철군, 아시아 재균형 등을 언급했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언한 만큼 미국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때문에 "미국이 인도태평양의 핵심 국가이자 주요 동맹국인 한국에게 중국 견제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보다 중국이 더 중요하고, 북한 위협에 대해선 핵을 제외하면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향후 주한미군의 역할이 현재의 '북한 위협 대비'에서 '중국 견제' 방향으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