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인간은 언제부터 동물의 젖을 먹게 됐을까?

러시아의 한 목장에서 우유를 따르고 있다. 30만년 인류사에서 인간이 우유를 마신 건 최근의 일이다 Image copyright Getty Images
이미지 캡션 러시아의 한 목장에서 우유를 따르고 있다. 30만년 인류사에서 인간이 우유를 마신 건 최근의 일이다

인간은 원래 동물의 젖을 소화할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우유와 유제품은 진화 과정에서 어떻게 살아 남았을까?

요즘에는 콩이나 아몬드로 만든 '대체 우유'가 인기다. 채식주의자나 우유 알러지가 있는 이들이 '대체 우유'를 찾기 때문이다. 작년 영국의 한 리얼리티 쇼의 준우승자도 견과류를 활용한 유제품 사업을 운영했을 정도다.

'인간과 우유'의 관계는 수천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우유를 마시는 건 이상한 일이다. 우유는 젖소나 다른 동물들이 새끼를 먹이려고 만든 액체이고, 인간이 그것을 먹으려면 일부러 짜내야 하기 때문이다.

30만년에 걸친 인류사에서 '우유를 마신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1만 년 전까지만 해도 우유를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생활속에서 우유를 마신 최초의 이들은 서부 유럽의 농부와 목축업자다. 이들은 가축을 키운 최초의 인류 중 하나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북유럽과 북아메리카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사람들이 우유를 일상적으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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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고대 이집트인이 젖소에서 젖을 짜고 있다. 이집트 메테티 무덤에서 발견된 그림으로 BC 2350년 경에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기를 위한 음식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다른 동물의 젖을 인간이 마시는 건 이상한 일이다.

우유에는 '젖당'이라는 당이 들어 있다. 우리가 아기일 때는 몸속에서 락타아제라는 효소가 나온다. 락타아제는 모유 속에 있는 유당을 소화시켜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젖을 떼고 나면, 더 이상 락타아제를 만들지 못한다. 유당을 소화시킬 수 없게 되는 것. 그래서 성인이 우유를 많이 마시면 방귀, 경련, 설사 등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젖소, 고양이, 개 등 포유류는 보통 성인이 되면 락타아제가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아마도 우유를 마신 최초의 유럽인은 방귀로 꽤나 고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화가 일어났다. 성인이 되어서도 락타아제 효소를 만들어내는 이들이 나타났다. 당연히 이들은 아무런 부작용 없이 우유를 마실 수 있었다. 락타아제 유전자의 생성을 조절하는 DNA의 한 부분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 것이다.

파리 인류박물관 조교수 로즈 세그렐은 성인이 되어도 락타아제가 계속 나오는 유전자 변이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 유전자는 기원전 5000년 경 남부 유럽에서 나왔고, 약 3000년 전부터는 중부 유럽에서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성인기에도 락타아제가 나오는 특징'은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았다. 북유럽 사람들의 90% 이상은 성인이 돼도 락타아제가 몸에서 나온다. 아프리카나 중동에도 이러한 특징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특징이 희소한 지역도 있다. 아프리카 대다수 지역이나 아시아, 남미에선 사람들이 대부분 성인이 되면 락타아제가 나오지 않는다.

세그렐은 "우리가 어떤 점 때문에 우유를 마시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이 패턴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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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파마산과 같은 딱딱한 치즈에는 유당이 거의 없다

"무엇때문에 우유를 먹느냐?"에 대한 한 가지 대답은 우유가 새로운 영양분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면밀히 살펴보면, 근거는 불충분한 설명이다.

인간은 성인기 락타아제 지속성이 없어도, 어느정도의 유당은 소화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소량의 우유를 마시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다. 우유를 버터, 요구르트, 치즈 등으로 가공해서 유당을 낮춰 먹는 법도 있다.

인류는 치즈를 꽤 일찍 발명했다. 2018년 9월 고고학자들이 크로아티아에서 도자기 조각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 도자기가 치즈를 만드는데 쓰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이게 맞다면, 약 7200년 전 남유럽에서 사람들이 치즈를 만들고 있었던 셈이다. 약 6000년 전 유럽에서 치즈를 만들었다는 증거가 발견된 적도 있다. 모두 성인기에도 락타아제가 나오는 유전자가 유럽에서 확산되기 이전의 일이다.

런던 대학의 유전학 교수인 달라스 스왈로우는 "성인기 락타아제 지속성은 분명한 패턴 속에서 나타난다"고 했다. 즉 가축을 기르는 이들은 이 특징을 가졌지만, 수렵이나 채집을 하는 이들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곡물을 재배하더라도 가축을 키우지 않았다면, 역시 그런 특징은 생겨나지 않았다. 생활 속에서 동물의 젖을 볼 일이 없는 사람들은 우유에 적응할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목축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일부는 '성인기 락타아제 지속성'이 생기지 않았다.

세그렐에 따르면 아시아의 유목 민족에 대표적인 예다. 몽골인을 포함한 아시아 유목민들은 식생활에서 동물의 젖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그런데도 성인기에 락타아제가 만들어지는 인구는 많지 않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이나 서아시아에는 성인기에 락타아제가 나오는 이들이 많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유제품의 이점

세그렐은 "우유를 마시는 건 영양 외에도 다른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축을 키우는 사람들은 탄저병과 와포자충증(가축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설사병)에 노출되어 있다. 우유가 이러한 질병에 면역을 제공할 수도 있다. 실제로 모유 수유의 혜택중 하나가 면역력 강화라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목축을 하는 이들이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우유를 마셨고, 이것에 진화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스왈로우는 "목축이라는 삶의 방식과 관련해 설명하는 게 맞을 것"이라면서도 "유전적 돌연변이가 먼저 생겨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전상의 돌연변이가 나타난 뒤에, 생존에 더 유리한 특성이 살아 남는 자연 선택이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성인기 락타아제 지속성이 생겨나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로 추측된다. 스왈로우는 우유속에는 지방, 단백질, 당, 칼슘, 비타민D 등이 풍부하다는 점이 실마리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유는 또한 깨끗한 수분을 원천 역할도 한다. 만약 깨끗한 물이 부족한 지역에 살던 인류라면, 수분을 위해 우유의 부작용쯤이야 감수했을 수도 있다.

스왈로우는 "향후 진화과정에서도 '성인기 락타아제 지속성'이 살아남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2018년에 그는 칠레 코킴보 지역의 유목민 집단에 대해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이 집단은 500여년 전 유럽에서 온 이들과 섞여 살면서 '성인기 락타아제 지속성'을 갖게 됐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기 락타아제 지속성'은 이들 사이에서 지금도 계속 확산되고 있다. 마치 5000년전 북유럽에서 일어난 진화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는 아주 예외적인 사례다. 코킴보 사람들은 우유와 유제품을 굉장히 많이 먹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상황이 다르다. 스왈로우는 "식량이 부족하거나 식생활에서 우유를 아주 많이 먹는 나라를 제외하면 다른 모양새"라며 "서양 국가들은 먹을 것이 풍부해져서, 우유에 적응해야 할 필요가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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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왜 목축을 하는 집단에서 일부 사람들만 락타아제 생산능력을 진화시킬 수 있었을까?

유제품을 더이상 안 먹게 될까?

지난 몇 년간의 뉴스를 보면, 우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2018년 11월 가디언지는 "어떻게 우유와의 사랑이 끝났을까"라는 기사를 통해서, 귀리나 견과류를 활용한 '대체 우유' 제조사의 빠른 성장을 다뤘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2018년 IFCN 유제품 연구 네트워크 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우유 생산량은 1998년 이래 매년 증가하고 있다. 수요가 늘어서다. 2017년 전세계 우유 생산량은 8억 6,400만톤이다. 이 추세는 줄어들 기미도 없다. IFCN은 2030년에는 우유 수요가 35% 늘어나 11억 6,8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지역이나 세대별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2010년 미국의 식품 소비에 대한 연구를 보면, 미국에서 우유 소비량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줄어들었다. 반면 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다른 개발도상국에서는 늘었다. 또 2015년 세계 187개국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고령층이 우유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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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우유 소비량은 미국에서는 줄어든 반면, 아시아에서는 증가했다

아무리 '대체 우유'가 뜬다지만, 향후 10년 안에 '대체 우유'가 기존 우유를 완전히 밀어내지는 못할 것이다.

스왈로우 연구팀에서 일하는 캐서린 워커는 "대체 우유는 동물성 우유의 대체품이 아니다"고 말한다. 특히 함유된 미세 영양소가 다르다. 그는 "대체 우유는 채식주의자나 우유 단백질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우유에 대한 수요가 아시아에서 늘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는 성인기 락타아제 지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매우 적은 지역이다.

유엔 식량 농업기구(UNFCCC)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에게 '라마' 같은 가축을 키우라고 권한다. 라마의 우유를 통해서 유제품과 관련된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여기에 지난 1월 발표된 여러 연구에서 한 식단이 주목을 받았다. 건강을 극대화하고 환경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생태계 최적화 식단'이다. 이 식단은 붉은색 고기나 동물성 식품은 대폭 줄이고, 우유는 하루 한 잔 마실 것을 권하고 있다.

우유는 아마도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비록 진화 상의 적응은 멈추었을 지라도, 여전히 인간의 몸에서 하는 역할 때문에 우유는 살아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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