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영양과 맛에서 완벽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 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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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수수께끼의 식품이다.

단 세 가지의 재료로 이뤄져 있으며 주요 제조과정은 사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맡는다.

애피타이저로 먹기도 하고 양념이나 디저트로 먹기도 한다. 의사들은 병을 치료하는 데 이것을 처방하기도 한다.

이것은 무엇일까? 힌트를 주자면 유제품이다. 그런데 우유를 소화 못시키는 사람도 먹을 수 있다.

바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다.

'파마산'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극도로 정확하게 특정 원료만 써서, 특정한 과정을 거쳐서만 만들 수 있으며 오직 이탈리아 볼로냐의 한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만 파리미지아노 레지아노란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이를 만드는 데 드는 온갖 노력과 법률적 규제의 결실로 많은 요리사, 영양학자, 그리고 이탈리아인들이 이 치즈를 두고 '완벽에 가까운 식품'이라고 말한다.

파르미지아노의 맛은 짜면서도 달콤하고 풀의 향도 있지만 넛트의 향도 있다. 날카로우면서도 풍부하다. 질감도 오묘하다. 딱딱하지만 하얀 결정들로 아삭하다.

숙성 기간에 따라 맛과 향도 다르다. 2년 숙성된 치즈는 생과일향이 나고 날카롭게 달콤한 맛이 난다. 3년 숙성된 치즈는 말린 포도와 육두구를 떠올리는 향과 보다 복잡한 감칠맛이 나며 손에서 더 잘 부스러진다.

영양도 있다. 재료 뿐만 아니라 숙성 과정의 결과다. 파르미지아노는 칼슘, 아미노산, 단백질, 비타민A에서 그 어떤 식품과도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파르미지아노는 수천 가지의 이점을 갖고 있어서 심지어 건강에도 좋죠." 셰프 안나 마리아 바르비에리는 말한다. "뭐랄까 만병통치약 같아요. 이 치즈를 먹으면 모두 건강해지죠."

나도 그의 말이 사실이길 바란다. 미슐랭 리스트에 올라 있는 바르비에리의 레스토랑 '안티카 모카'에서 나는 그야말로 치즈 폭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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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캡션 파르미지아노의 제조 과정

안티파스토(전채)로 파르미지아노 치즈 조각이 나왔다. 그리고 크레마 디 파르미지아나(파마산 크림)을 뿌린 통보리 수프와 파르미지아노 빵이 나왔다.

프리모(메인 코스의 첫째 요리)로 또다시 파르마지아노가 나왔고 그 다음에는 파르마지아노 소스를 얹은 토르텔리니가 나왔다.

튀긴 파르미지아노 위에 놓여 모데나의 발사믹 식초가 뿌려져 서빙됐다.

"사람들이 그래요, '넌 파르미지아노를 모든 음식에 넣잖아!'" 바르비에리는 웃으며 말한다. "그게 제 약점이에요. 정말 모든 곳에 파르미지아노를 넣죠."

이 지역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바르비에리도 파르미지아노와 함께 자랐다. 그의 가족은 치즈 공장을 운영했고 할아버지는 1934년 설립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컨소시엄의 초창기 회원이었다.

이탈리아, 특히 이 지역에서 파르미지아노는 사치품이 아니라 일종의 권리다. 각종 수프와 파스타에 언제나 뿌려진다.

토리노 출신의 친구는 내게 자신이 영국에 유학갈 때 가방에 세 가지 식료품을 챙겼다고 말했다. 올리브 오일, 토마토 파사타, 그리고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였다.

런던에 머무르고 있는 로마 출신의 친구의 집을 방문했을 때도 나는 주방에 파르미지아노 덩어리가 하나 놓여있는 것을 보고 미소지었다.

이탈리아 출신인 나의 남편도 항상 냉장고에 우유, 달걀, 그리고 파르미지아노를 쟁여놓는다.

파르미지아노에 대한 사랑은 별달리 새로운 건 아니다. 14세기의 시인 보카치오는 자신이 대접하는 마케로니 파스타를 파르미지아노 치즈의 산으로 만들어 놓았다. 17세기의 화가 크리스토포 무나리는 자신의 주방을 그린 그림에서 파르미지아노를 한가운데에 놓았다.

교황은 잉글랜드의 왕 헨리 8세에게 치즈 100덩이를 선물로 보냈다. 프랑스의 극작가 몰리에르는 임종 직전에 파르미지아노를 요청했다. 1666년 런던에서 거대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작가 새뮤얼 페피스는 파르미지아노 치즈 덩이를 보호하기 위해 땅 속에 파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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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녹색 통에 들어있는 하얀 가루 형태의 파마산 치즈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와는 전혀 가깝지도 않은 것이다.

유럽연합에서는 1996년부터 오직 이탈리아 레지오 에밀리아 지역에서만 생산한 파르미지아노 치즈만 파르미지아노로 인정하며 그외의 치즈에는 '파마산'이라는 영어식 표현 조차도 쓸 수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오직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라는 이름만 법적 보호를 받는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파마산 치즈가 사실은 치즈조차도 아니라는 사실.

블룸버그뉴스가 한 실험에 따르면 어떤 '파마산 치즈'는 최대 9%의 나무 펄프를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이런 재료는 물론이고 소금을 제외한 다른 첨가물이나 보존제를 쓰지 않는다.

게다가 가짜도 있다. 레지오 에밀리아에 위치한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컨소시엄의 본부에서 니콜라 베르티넬리 회장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10덩이 중 진짜는 몇개나 될까?

"하나요?" 나는 너무 냉소적인 건 아닌가 생각하면서도 지레짐작으로 말했다.

"정확해요. 하나입니다." 그는 답했다.

파르미지아노는 상당히 비싼 물건이다. 미국의 도매 체인점 코스트코가 한 덩이를 900달러(한화 약 100만 원)에 팔았을 때 이는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정말 저렴했기 때문이다.

파르미지아노가 이토록 비싼 이유는 그 정확성 때문이다.

단 세 가지의 재료만 들어간다. 우유, 소금, 그리고 우유를 응고시키는 효소 레닛이다. 여기에 쓰는 우유는 단 3천 마리만 존재하는 바체 로제라는 희귀한 소 품종에서만 나온다.

단지 소의 품종만 중요한 게 아니다. 소가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다. 소가 먹는 마른 모이 중 적어도 50%가 건초여야 하며 건초의 최소 75%는 파르미지아노 생산 지역에서 난 것이어야 한다.

이 지역에서 나오는 건초의 최소 50%는 소가 태어나서 자란 농장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

"왜 그렇게 정확해야 하냐고요? 오직 이곳에서만 소가 먹는 건초가 세 가지 특정 종류의 박테리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르티넬리 회장은 말했다.

"이 세 박테리아가 생산 과정에 있으면 우유로 하여금 특유의 향과 맛, 그리고 산도를 형성케하죠. 그래서 이 치즈가 그렇게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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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대에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만들기 시작하기 시작하기 전까지 이곳은 목장이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교회의 역할이 컸다. 파르미지아노는 지금으로부터 약 천 년 전에 베네딕트회 수도사들의 지도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박테리아의 존재를 몰랐던 사람들에게 치즈를 만드는 과정은 신비롭고 심지어 경이롭기까지 했을 것이다. 이 치즈의 건강상 이점도 그렇다.

전통적으로 어머니들은 막 이가 나는 아기들에게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주었다. 오늘날까지도 이탈리아에서는 노인, 젊은이, 그리고 환자에게 파르미지아노를 처방한다.

좋은 박테리아가 치즈의 유당(락토오스)를 다 먹어치우기 때문에 26개월 된 파르미지아노는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에게도 안전하다. 마찬가지 이유로 이 치즈는 소화하기에도 쉽고 그 안의 단백질과 영양소를 흡수하기도 쉽다.

"고기의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가 돼야 하는데 소고기의 경우 4시간이 걸립니다." 베르티넬리 회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파르미지아노는 자연 숙성 과정 덕택에 단 45분이면 됩니다."

영양소도 풍부하다. 1온스(28그램)의 파르미지아노는 소고기보다 2그램 더 많은 9그램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고, 우유의 10배에 가까운 321밀리그램의 칼슘을 함유한다.

12밀리그램의 마그네슘(연어보다 많다)과 28밀리그램의 포타슘(바나나의 3분의 1에 달한다), 0.12밀리그램의 비타민A(생 당근과 비슷한 수준)이 함유돼 있다. 그리고 아연과 철분, 구리와 망간, 비오틴과 비타민B6도 있다.

"파르미지아노는 진정한 영양 보충제라 할 수 있어요. 많은 양의 비타민과 단백질을 소량으로도 공급할 수 있죠." 플로렌스의 영양학자 발렌티나 프라토니는 말했다. 그는 어린이와 중량운동을 하는 사람과 출산을 앞둔 사람에게도 이 치즈를 권한다.

파르미지아노는 완벽한 식품일까? 확실하게는 모르겠다. 하지만 저녁 런던의 찬 방바닥에서 맨발로 서서 이 치즈를 먹는 지금 이 순간, 그 맛은 내가 이탈리아에 대해 사랑하는 것들의 맛이다.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과 요리에 대한 열정, 오랜 전통과 작은 기적들. 내겐 그것으로 충분히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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